배 아픈 환자, 진단보다 무서운 건 ‘지인의 조언’
인턴기록은 2017년 인턴생활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던 내용을 이 공간으로 옮기면서 현재 생각이 바뀐 부분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추가된 내용이 있을 경우 푸른색으로 적었습니다.
응급실의 배아픔 환자, 단순 장염일까 충수염일까?
응급실에 오시는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배가 아프다”는 증상을 주소로 한다.
대부분은 장염, 소화불량, 변비처럼 간단한 원인이라 증상 조절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WBC, CRP 등)가 높게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장염일 수도 있지만, 충수염(맹장염)이나 다른 위중한 질환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찾아온 한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검사 결과는 충수염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 그래서 나는 CT 촬영을 권유했다.
그러나 환자는 단호히 거부했다.
“방사능이 걱정돼서 못 찍겠다.”
과장님이 나서서 “한 번의 CT 촬영으로 받는 방사선량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환자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초음파로만 확인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아는 지인에게 CT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들었어요.”
CT vs 초음파, 무엇이 최선일까?
물론 초음파에도 장점은 있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일부 상황에서는 더 유용하다. 하지만 응급실처럼 시간이 생명인 환경에서는 CT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답을 준다.
게다가 초음파는 10만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의 안전과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를 권하는 것이 최선인데, 환자는 “듣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해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
가장 안타까운 것은 환자 본인과 보호자가 비전문가의 왜곡된 정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아무리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해도, 환자가 이미 굳게 믿어버린 “지인의 말”을 이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 본인이다.
잘못된 선택이 진단을 늦추고,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