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도망간 1년차 전공의 그리고 그를 쫓는 고년차들
레지던트 기록은 전공의 생활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새벽 3시, 여전히 환자로 가득했던 병원
모니터 앞에서 끝없는 업무로 키보드를 두들기는 2년차들
그런데 갑작스런 내 질문에 전공의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야, 1년차 어디 갔어?”
이 순간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이 스친다
“아… 또 찾으러 가야하는구나.”
이때부터 우리의 추노는 시작된다.
숨 쉴 틈 없는 업무 속에서 의국장인 나는 도망간 1년차의 전화번호를 급히 누른다.

레지던트 생활을 돌아보면 의국장 때 도망간 전공의들을 설득하러 다녔던 일들이 왜 가장 먼저 생각났을까?
결국 의국을 나간 레지던트도 많았고, 돌아온 레지던트도 많았다
레지던트 생활을 돌아보면 1년차 때 도망에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로 평생 그 과를 하게 될지가 결정되었던 것 같다.
결국 붙잡힌 1년차는 보통 고개를 떨군 채 “그냥 잠깐 사람답게 숨 쉬고 싶었어요”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들의 분노는 멈칫하곤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 역시 똑같은 생각을 수없이 했기 때문이다.
병원은 늘 전쟁터고, 전공의는 그 안의 군인이다.
그리고 도망치는 1년차는 사실…
우리 안의 가장 솔직한 욕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도망치고 싶지만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
그 아이러니 속에서 오늘도 병원은 돌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