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가장 어려운 환자
인턴기록은 2017년 인턴생활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던 내용을 이 공간으로 옮기면서 현재 생각이 바뀐 부분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추가된 내용이 있을 경우 푸른색으로 적었습니다.
응급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오고 간다.
그들을 보면, 거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바로 치료하고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환자
- 즉시 응급 조치를 요하는 환자
- 진단도, 치료도 애매한 환자
그리고 가장 괴로운 환자는 바로 세 번째 유형이다.
랩 검사 결과는 정상 근처에서 살짝 벗어나고, 영상 검사에서도 뚜렷한 병변은 없다. 그런데 환자는 계속 증상을 호소한다.
이럴 때, 나는 자주 스스로를 책망한다. ‘내 실력이 부족한 걸까?’
알아야 할 건 끝도 없고, 내 시간과 능력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응급실 의사로서 환자를 놓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사건이 떠오른다.
산에서 칡뿌리와 인삼을 캐서 먹고 과민반응으로 실려 온 환자.
처음에는 칡과 인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실제로 환자의 몸에 영향을 준 건 우리가 상상한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응급실에서는 현혹되지 않는 관찰력과 판단력이 생명과 직결된다.
오늘도 나는 고민한다.
‘애매한 환자를 어떻게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진단도 어렵고, 조치도 명확하지 않지만, 환자의 불안과 고통까지 책임지는 것.
그게 바로 응급실 의사의 현실이자, 끝없이 배워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 인턴이 너무 생각이 많은가 싶지만 사족을 붙이자면, 당시 제가 인턴 수련을 받았던 병원에서는 봐주는 사람 없이 인턴 혼자서 환자를 케어 해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만큼 힘들었지만 많이 배우기도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