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기록

귀멸의 인턴 – 술에 취해 날뛰는 환자와 ‘개짖는 기침’의 아이

인턴기록은 2017년 인턴생활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던 내용을 이 공간으로 옮기면서 현재 생각이 바뀐 부분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추가된 내용이 있을 경우 푸른색으로 적었습니다.

응급실은 매일이 드라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응급실 문을 열 때마다, 마치 전쟁터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책 속에서는 절대 배우지 못하는 극적인 사건들이 매일 내 눈앞에서 터져 나온다.

술에 취한 환자의 난동, 그리고 피 흘리는 부모

오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
그는 무려 일주일 넘게 술만 마셨다고 했다.

복통으로 응급실에 왔지만, 다른 기저질환까지 있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

그런데, 수액을 맞던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그를 막던 부모님은 밀려 넘어졌고, 입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응급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결국 그는 병원 인력에 의해 제압 당했다.

그 순간, 뼈저리게 느꼈다. “선을 넘는 NP 환자는 모두를 힘들게 한다.”

책에서 보던 ‘개짖는 기침’이 현실로

뒤이어 들어온 환자는 어린아이였다.
진단은 소아 크룹(Croup).

아이의 기침은 마치 개가 짖는 소리 같았다.
그 유명한 “Barking Cough.”

책에서 글로만 보던 표현이, 내 귀에 실제로 꽂히자 소름이 돋았다.

“진짜 의학은 책이 아니라, 환자 곁에서 배운다.”
오늘도 배움은 그렇게 다가왔다.

사진은 골든타임 중 한장면. 일 끝나면 딱 우리들 상태가 저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도 인턴이었었네…

의사가 된다는 건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비극과 현실을 매 순간 받아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오늘 하루만 해도, 한쪽에서는 피 흘리는 부모가, 다른 쪽에서는 개처럼 기침하는 아이가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사건이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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