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기록

가난한 이들을 더 깊이 파고드는 병

인턴기록은 2017년 인턴생활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던 내용을 이 공간으로 옮기면서 현재 생각이 바뀐 부분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추가된 내용이 있을 경우 푸른색으로 적었습니다.

머리를 도려내고 싶을 만큼

몇몇 질병들은 한번 보면 그 질병에 대해 확실하게 머리에 남는다. 오늘 온 아주머니 환자에게 발생한 질환도 그랬다.

“머리를 아예 도려내 버리고 싶어요.” 아주머니의 첫마디였다.

그분은 발작이 시작되면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고 했다.
단순한 편두통이 아니었다. 군발성 두통(cluster headache) 이었다.

희귀하지만 치명적인 두통

군발성 두통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한 번 발작이 시작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몰려온다.
‘자살두통(suicide headache)’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발작 당시 눈물이 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야 하고, 급성기에는 산소치료 같은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입원이 권고된다.

A patient and his son leaving the examination room

그러나, 삶은 치료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아주머니의 사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아들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일을 멈추면 생계가 흔들린다. 입원은 곧 생존의 문제였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이 몸까지 아픈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지만… 가끔은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인턴 당시 사용하던 내 진찰 도구들

→ 의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환자분들이 계속 지나간 것 같다. 어떤 분은 내 환자분이기도 했고, 다른 선생님들의 환자분들이기도 했다. 삶의 극단에 서있는 환자분들을 계속 보면서 나는 삶에 대해 점점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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